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 전면 중단 선언한 전장연
서울시의회, 이동권·보장권 보장 조례 통과시킬 것 약속
박경석 대표 “정치적 책임 신뢰하며 지하철 투쟁 멈춘다”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권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보장을 위한 조례를 당론 1·2호 조례로 추진한 데 따른 결과다.

전장연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를 이어갈 것을 선언했다.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인권리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기획재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택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날 오전까지 총 73차례 진행되며 전장연의 대표적인 투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년 9개월간 이어진 투쟁은 그동안 장애계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갈등을 빚어온 요구를 담은 조례 개정을 앞두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0일 이상훈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공동 발의로 참여한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조례안에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전원 확대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수행 등이 담겼다.

해당 조례 추진을 계기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장애계가 사회적 타협에 이르면서, 전장연도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박경석 대표 “정치적 책임 신뢰하며 지하철 투쟁 멈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이상훈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유진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대표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내일 제339회 서울특별시의회에서 1·2호 조례안을 당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러한 정치적 책임을 신뢰하며 오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기로 했다”며 “이제 정치와 행정이 예산으로 답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번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직장을 잃은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달라. 2025년까지 서울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을 조례로 명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예산으로 보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장연을 ‘특정 장애인 단체’로 낙인찍고 탄압하며 갈라치기하는 정치를 즉각 멈추고, 장애인들이 시민으로 살아갈 기본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시민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 지하철 투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1726일의 시간을 견디며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 준 시민 여러분과 연대단체 덕분이다. 감사하다. 전장연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하신 시민들께도 감사하다. 그리고 간곡히 요청한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서까지 외쳐 온 장애인권리예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정부의 책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장애인 차별을 역사적·구조적으로 지속·반복해 온 정부와 정치에, 단 한 번만이라도 책임을 물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AAC(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AAC(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규식 대표는 “기획예산처는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은 채 전장연이 앞으로 지하철을 탈 것인지, 멈출 것인지 향후 투쟁 방식에 관한 단편적인 질문만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그건 지금 기획예산처가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정부가 2027년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는 것은 장애인권리투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투쟁은 서울시의회 본회의로, 서울시 예산안으로, 기획예산처의 정부 예산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은 시작에 불과… 예산 확보에 최선 다할 것”

이상훈 원내대표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오는 25일 임시회를 열고,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을 심사한다. 이후 9월 11일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 원내대표는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전면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의원으로서 진심으로 환영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다”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80명 의원은 일치된 행동으로 함께 조례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례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개정된 조례에 근거해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에 필요한 예산이 원만하게 편성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의원들과 협력하고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유진 원내부대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탈시설지원조례) 역시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오는 11월 조례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장애인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3대 결의문’을 공동 낭독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이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당론 제1·2호 조례안을 다가오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 △전장연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결단을 환영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전면 중단하고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를 이어갈 것 △이번 대타협을 마중물 삼아 장애 유무가 장벽이 되지 않는 평등 사회, 생존을 넘어 존엄을 누리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