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다음 달 2일부터 입식 식탁·경사로 비치해야
장애계 “법적 의무화 환영… 바람직한 변화”
그러나 과제도… “장례식장 전면 개선 필요”

장례식장 문턱으로 인해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표현한 AI 이미지. 사진  Google Gemini
장례식장 문턱으로 인해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표현한 AI 이미지. 사진  Google Gemini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상임대표는 15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당시 장례식장 빈소는 모두 좌식 식탁으로 마련돼 있었다.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온 박김 대표의 아버지 빈소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조문객들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좌식 식탁 탓에 이들을 제대로 맞이하기 어려웠다. 결국 높이가 맞는 입식 식탁을 사무실 등 외부에서 빌려와 1층 로비에 설치한 뒤에야 조문객들을 맞을 수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김 대표가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을 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사로가 없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어수선하게 드나들어야 했고, 다른 조문객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비장애인 조문객들이 신발을 벗고 영정 앞으로 나아가 조문을 하는 동안, 박김 대표는 문턱 앞에 멈춰 선 채 다른 사람들 너머로 영정을 향해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직접 휴대용 경사로를 챙겨 조문을 간 적도 있다. 또 빈소가 좌식 구조인 경우에는 식사를 포기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일이 많았다.

이처럼 장애인들에게는 ‘존엄하고 평등하게 조문할 권리’조차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조금씩 바뀔 전망이다. 다음 달 2일부터 전국의 장례식장은 입식 식탁과 휴대용 경사로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휠체어 출입 원활히 하기 위해 시행규칙 개정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

개정 시행규칙 별표 3에 장례식장의 의무 비치용품으로 입식 식탁과 휴대용 경사로가 새롭게 포함됐으며, 비고 제4호에는 ‘장례식장 빈소의 바닥면에 높이 차이가 있고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에는 휴대용 경사로를 비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입식 식탁은 휠체어 이용자나 무릎이 불편한 노인 등이 바닥에 앉지 않고 의자에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식탁을 말한다. 단, 기존 장례식장에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어 입식 식탁을 갖추도록 했다.

장추련 “조문할 권리 보장, 장례식장 전면 개선 필요”

그러나 과제도 남아있다. 장추련에 따르면 장례식장 규모를 고려한 의무 비치 수량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의 규모와 관계없이 입식 식탁과 휴대용 경사로를 각각 1개 이상만 갖추면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박김영희 대표는 “법적으로 입식 식탁 등이 의무화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도 “장애인의 조문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장례식장 전반이 입식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김 대표는 “이는 장애인만을 위한 조치가 아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어려운 노인 등 모두에게 필요한 변화”라며 “유가족 중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없더라도 조문객 가운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찾아올 수 있다. 입식 식탁과 경사로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