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72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서울역서 진행
그저 지하철에 타려 했을 뿐인데… 무정차·물리력으로 막아선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9월 전, 투쟁 통해 장애인권리예산 반드시 쟁취할 것”

1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1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18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가 진행됐다. 최근 출근길 지하철행동은 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진행됐지만, 이날은 서울역에서 열렸다. 전날인 17일 저녁에는 서울역 인근 한국재정정보원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국재정정보원은 기획예산처 산하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장애인들은 오는 9월 국회에 정부 예산안이 넘어가기 전 ‘장애인권리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예산처를 압박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100여 명의 장애인이 모여 발언과 구호를 이어가며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다. 시민들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려 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열차를 잇따라 무정차 통과시키고, 역사 안에서는 방패를 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 등이 장애인들의 탑승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기획예산처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매일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참가자가 “진짜 대한민국은 진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한 참가자가 “진짜 대한민국은 진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그저 지하철에 타려 했을 뿐인데… 무정차·물리력으로 막아선 공사

이날 휠체어 이용 장애인 20여 명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동대문역까지 선전전을 진행하기 위해 회현역 방면 열차의 각 칸에 나눠 탑승하려 했다. 그러나 오전 8시 48분, 장애인들이 열차에 탑승하려 하자 열차는 돌연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서울역을 통과했다. 당시 별다른 충돌이나 마찰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서울교통공사가 무정차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승강장을 지키며 항의했다. 이어 오전 9시 9분, 일부 장애인들이 반대편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에 탑승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이 방패를 앞세워 장애인들을 가로막았다. 열차에 타려는 장애인들을 밀어내는가 하면, 열리는 스크린도어 문을 억지로 닫으며 탑승을 막았다. 결국 장애인들은 또다시 열차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은 “특정 장애인단체의 열차 운행 방해 시위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열차가 오자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들이 필사적으로 장애인들의 탑승을 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열차가 오자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들이 필사적으로 장애인들의 탑승을 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들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동휠체어를 만지며 지하철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방패를 들고 있는 공사 보안관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김소영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들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동휠체어를 만지며 지하철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방패를 들고 있는 공사 보안관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김소영

회현역 방면 열차는 총 21차례, 숙대입구역 방면 열차는 총 16차례 무정차 통과했다. 1호선 서울역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한 다른 장애인들 역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면서 탑승하지 못했다. 이날 서울역에서는 4호선 양방향 열차와 1호선 하행선 열차 모두 무정차 통과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1시간 10분 동안 서울역 승강장을 지키며 항의한 뒤, 오전 10시경 한국재정정보원 앞에서 예정된 결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역을 빠져나갔다. 오전 10시 12분, 모든 장애인이 승강장을 빠져나가자 그제야 열차가 다시 정차하기 시작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김소영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장연 “9월 전, 투쟁 통해 장애인권리예산 반드시 쟁취할 것”

전장연은 기획예산처에 크게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따른 장애인평생교육 예산 보장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7인 인건비 예산 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지원 강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차량 1대당 운전원 0.5명의 인건비 국비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지하철 탑승에 앞서 발언에 나선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6년 동안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권리 등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말해왔지만, 정치는 그 기본적인 권리마저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길에 나오게 됐다”며 “왜 장애인들은 이렇게 처절한 목소리로 외쳐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대표는 “우리는 청와대, 국회, 각 지방자치단체 등 안 다녀본 곳이 없다”며 “정부는 ‘슈퍼 예산’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장애인 권리에 대해서는 ‘예산이 모자라다’고 한다. 정부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며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권리다. 이번 투쟁을 통해 반드시 장애인권리예산을 쟁취해내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