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기획예산처는 「보조금법 시행령」 이유로 들며 편성 거부
장애인 평생교육 전담하는 공무원도 교육부 안에 1명뿐

한국재정정보원 앞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들과 야학 학생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무대 앞 대형 현수막에는 “기획예산처 규탄 결의대회”가 적혀 있다. 사진 이재민
한국재정정보원 앞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들과 야학 학생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무대 앞 대형 현수막에는 “기획예산처 규탄 결의대회”가 적혀 있다. 사진 이재민

지난 2025년 장애인의 평생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됐지만, 기획예산처가 예산 반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와 장애인 야학 학생들은 21일 기획예산처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평생교육법에 따른 학교 형태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운영비 지원과 독립된 전담부서 설치 예산을 요구해왔지만, 기획예산처 반대로 법이 취지대로 이행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결의대회에 모인 이들은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근거로 장애인평생교육법을 들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에 따르면 정부는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지원할 담당 기구와 공무원 배치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들레장애인야학 학생인 박동섭 활동가는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반드시 예산과 전달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장애인 교육권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명학 전장야협 이사장 역시 “국가는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라며 “배우겠다는데 그 예산마저도 거부하는 기획예산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한 야학 학생이 조끼 등 쪽에 붙인 스티커.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는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실현하라!”. 사진 이재민
한 야학 학생이 조끼 등 쪽에 붙인 스티커.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는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실현하라!”. 사진 이재민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안 된다는 말 없는데

전장야협에 따르면 기획예산처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별표 2에 해당하는 보조금 지급 제외 대상에 평생교육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근거로 드는 보조금법 시행령에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만 있을 뿐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은 명시돼 있지 않다.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은 정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성인 또는 청소년을 위해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학력 취득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은 장애인의 자립이나 사회 참여를 위해 문해 교육이나 장애 특성에 맞는 별도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장애인 학생들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이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과 엄연히 다른 목적과 운영방식을 가진 기관임에도 기획예산처가 보조금법 시행령을 들어 법 제정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특히 전장야협은 보조금법 시행령에서 시설 건축 등 자본성 경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경상 지출에 대해서만 제한하고 있지,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기획예산처의 논리 안에서도 충분히 지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 조직 안에서 장애인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공무원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 조직도에 따르면 교육부 내 장애인 평생교육 업무는 평생학습정책과가 담당하는데, 이 중 장애인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사무관 1명뿐이다.

이에 전장야협은 교육부 내 장애인평생교육과를 신설하고, 국립특수교육원 내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도 현재보다 확대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호를 외치는 결의대회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
구호를 외치는 결의대회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